ㅡ 원주령은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었다.
그랬기에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반복하지 않는 주결해에게 유독 집착하고 의지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袁朱伶
18세 XY 181cm 70kg
O형 9월 1일 처녀자리 인간
원주령은 타인과의 교류를 꺼리는 편이었다. 막상 대화한다면 금새 상대와 친밀해질 수 있으면서도 그 타인을 완벽히 신뢰하진 않는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이러한 성격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간을 반복해온 끝에 그는 변하고 만 것이다. 24시간이라고는 해도 몇 번이고 반복하면 그의 곱절의 시간이 쌓이는 법이다. 그 시간을 홀로 감내해온 그의 신경은 닳도록 닳았고 무뎌질 만큼 무뎌졌다. 새로운 자극이 없는 곳에서 사람은 둔해지고 그저 마모될 뿐인데 오히려 그는 더욱 날을 세웠다. 감정은 무뎌졌으나 감각은 날 섰다. 반복되는 시간을 홀로 보낸 탓에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회의감을, 삶에 있어서는 큰 미련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변하지 않은 그의 본질적인 성격에 대해 말하자면 현명하다는 것과 협상에 능하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의 머리는 날 때부터 비상했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독서 뿐이었기에 그가 가진 지식은 24시간 속 세계 누구보다도 방대해졌고 심화되었다.

그가 시간의 반복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한 기시감에 의해서였다. 집을 나서던 길도, 친구가 건넨 인사말도, 수업의 내용도 모두 어딘가 익숙한 느낌. 단순한 데자뷔라기에는 앞으로 잠에 들기 전까지의 모든 일을 예측할 수 있었다. 처음 그는 이 기시감을 무시하며 여느 다른 사람들과 같이 24시간을 반복했으나 이 상황을 답답히 여긴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취하고 그렇게 하룻밤이 지난 시점. 그는 어젯밤 잠을 청했던 곳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눈을 뜨게 된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던 것을 그는 결국 깨닫고 만다.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는 세상 속에서 홀로 남겨진 그는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계속 세계는 하루를 반복한다. 모든 것을 포기한 그는 주결해와 만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했던 과거와 달리 주결해와 함께 이 세계를 반복하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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